올해 가계대출받기 더 깐깐해진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예년보다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금융기관의 대출자금이 주택담보대출보다 중소기업과 회생 가능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Nudge)`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권 자본 규제 등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가계 주택담보대출 등에는 감점을, 기업대출에는 가점을 줘 금융회사의 대출 자금 흐름을 틀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계산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고(高)LTV`로 규정해 금융사가 감당해야 할 위험가중치를 높이기로 했다. 위험가중치는 현행 35~50% 수준에서 70%로 최대 2배 높아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라며 "고위험 대출이 많아지면 그만큼 분모가 커져 비율이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영업 대출을 포함해 LTV 60%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위는 이 방안이 실행되면 은행권 평균 BIS 비율이 15.44%에서 15.30%로 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격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행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 저축은행도 LTV가 60%를 넘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가 은행처럼 70%로 높아지는 등 보험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 제2금융권의 자본 규제도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예대율을 계산하는 방법도 바뀐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대출금을 계산할 때 가계대출금에는 1.15를 곱하고, 기업대출금에는 0.85를 곱하는 방식으로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예대율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값으로 현 규정상 10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빌려주는 돈보다 고객이 맡기는 돈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중치 부여 시 5대 시중은행 중 1곳은 당장 예대율이 100.8%로 100%를 초과하고 나머지 4개 은행도 99.8%가 2곳, 99.5%와 99.2%가 각각 1곳으로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말했다. 하반기까지 예대율을 100% 아래로 맞추려면 예금, 적금 등 예수금을 늘리거나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내년부터는 부문별 경기 대응 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제도도 도입된다. 가계대출이 급속히 팽창한다고 판단될 때 당국이 0~2.5% 범위에서 `적립비율`을 결정해 은행에 1년 내에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하는 장치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규제가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최대 40조원 내외의 가계신용 감축 유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당국의 바람대로 기업대출로 자금이 선회할 것인지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당국도 시차를 두고 기업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시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업대출 유도 방안도 마련했다.

먼저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신규 자금 지원 등 구조조정 지원이 적극 추진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대출보다 자산건전성을 높게 부여해 충당금을 덜 쌓아도 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담보와 보증이 없는 중소기업 신용대출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주택담보대출을 지양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무담보 기업대출 쪽으로 자금 흐름을 인위적으로 이끌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균형감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